축산업은 정말 환경 파괴의 주범일까?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농촌 마을을 찾으면 피부에 닿는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분명 미세먼지 수준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훨씬 쾌적한 기분이 든다. 그냥 기분 탓인 걸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농업과 축산업도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축산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매우 크다. 다른 글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80배나 높은 물질이다. 동물이 소화하는 과정과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양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국제 식량 농업 기구(FAO)는 2006년 발표한 ‘축산업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라는 보고서에서 세계 모든 운송 수단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축산업으로 인한 배출량이 더 많다고 서술했다. 이 메시지가 많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나 또한 그랬고, 어떤 이들은 이 보고서를 인용해 채식주의 식단으로의 변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축산업 관계자들은 다른 주장을 펼쳤다. 탄소 배출량을 산정할 때 항목과 범위에 대한 기준은 딱히 정해진 바가 없다. 그래서 연구자에 따라 수치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FAO가 발표한 수치는 가축 사료 재배와 제조 산업부터 유통과 가공까지 모든 분야를 포함하여 산정한 수치로, 후에 FAO는 수치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간접적인 요인을 제외하고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은 가축의 장내 발효와 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다. FAO에서 보고한 자료에서 무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고 했지만, 직접적인 요인으로만 본다면 7%에 불과하다. 국가 전체 산업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1.3%에 불과해, 운송 분야 배출량에 비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가 산업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뉴질랜드, 호주와 같은 나라에서는 축산업의 탄소 배출 감축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이라면 축산 업자들이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가축 사료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곡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농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전 세계 식량 위기 또한 상당 부분 축산업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식량 위기는 버려지는 음식물과 일부 대기업이 식량 생산과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의견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세계 자연 기금(WWF)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의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버려지는 식품이 전체 생산량의 40%에 달한다.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아니더라도 축산업 분야에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우선 분뇨에 의한 토양과 수질 오염 문제, 그리고 악취가 있다.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토양이 오염되고, 지하수와 하천으로 유입되어 상수원을 오염 시킬 수 있다. 분뇨 발생에서부터 폐기까지 종합적인 관리와 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화를 촉진하는 사료 사용을 보편화하여 가축 장내 발효로 인한 메탄가스 배출과 분뇨 발생량 및 악취를 줄여야 한다. 발생한 분뇨는 자원화해야 한다. 그동안 액화 비료를 만들어 농업에 활용하는 방식 분 아니라 에너지원으로서 비농업적인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농촌 지역에서 축산 농가와 인근 주민과의 갈등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한 축산업 종사자가 민원에 시달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주민의 불편했던 상황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끊임없는 악취 민원으로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하여 노후한 축산 농가의 현대화 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신설되는 축사에는 냄새 저감 시설의 설치를 의무화하며, 공공 처리 시설의 분뇨 처리량을 늘리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개선 사업이 전반적인 축산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잘 갖추어진 시스템을 규정에 따라 철저히 운영한다면 탄소 배출의 주범이 축산업이라는 오명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농업 용지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우리나라 국민의 육류 섭취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복합적인 탄소 배출 문제를 축산업의 탓으로 단순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면 아무도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동참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축산업도 비약적으로 발전한 기술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축산업만 아니라 탄소 배출과 관련된 모든 산업 분야 또한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명한 해결 방법이 아닐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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