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후와 환경

탈원전 시대, 가능할까?

by orangeduck 2024. 4. 22.
반응형

전 세계는 탈원전 시대로 가고 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많은 환경재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전 세계인이 기억하는 두 사건이 있다. 바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1986년에 발생했지만, 2019년 미국에서 이 사건을 다룬 드라마 ‘체르노빌’이 흥행하면서, 다시금 재조명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3년 전에 발생했는데, 최근 후쿠시마 원전이 오염수를 방류하는 문제로 주변국들과 마찰을 겪고 있어, 우리에게 더욱 친숙할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원은 바로 ‘원자’이다. 원자는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이고, 원자핵과 원자핵 주위를 둘러싼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핵은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져 있고 단단하디. 그런데 외부에서 강한 중성자와 원자핵이 충돌하면, 원자핵은 중성자와 양성자로 분리되고 에너지가 방출된다. 원자핵이 분열하면서 생겨나는 에너지로 원자력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에 사용하는 물질은 우라늄인데 하나의 우라늄에 중성자가 충돌하여 원자핵이 분열되면, 원자핵에서 분리된 중성자가 또 다른 우라늄의 원자핵과 부딪혀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연쇄반응으로 생성된 에너지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다섯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이 먼저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직후 탈(脫)원전을 선언했다.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시키려 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 상황을 대비해 2년 연장을 결정했고 지난 2024년 4월 모든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되었다. 자의로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을 선언한 독일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부정적인 측면만 보도하는 언론과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으니,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내가 겪어본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친환경에너지 발전을 꾸준히 준비해 왔다. 우리나라와 같이 자연환경이 열악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꾸준히 에너지 자립을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에너지 부족 현상을 대비해 이웃 국가에서 에너지를 수입할 수 있는 긴급 대처방안도 마련해 두고, 단계적인 절차를 걸쳐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나라에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슬란드나 필리핀은 전체 전력량의 30퍼센트 이상을 지열 발전소에서 생산한다. 화산지대를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오랜 기간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화산지대가 없고, 국토가 좁고 일조량이 일정하지 않아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매년 심각해지는 대기오염 문제는 태양광 발전의 효율성을 더욱 떨어뜨린다. 전체 전기의 96퍼센트를 수력발전으로 생산하는 노르웨이도 풍부한 수량과 높은 산악지형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강우량이 여름에 집중되고, 이상기후 현상으로 예측마저 불가능하여 적합하지 않다. 풍력의 경우 아직 기술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무엇보다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풍력발전 단지를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지구온난화와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한 국제적인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시키는 것은 이제 의무 사항이다. 특히 유럽연합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한다고 한다. 아직 대체 에너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발전이 아니면 국제기준을 따라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다. 이미 큰 안전사고와 그로 인한 피해를 접했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는 내진설계를 통해 건물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5중 방호벽 구조를 사용하고 있어, 재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반면교사(半面敎師) 하여 추가적인 안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하고, 후쿠시마 원전 폭발의 원인이 된 수소 폭발 방지를 위해 수소 동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자동으로 수소 제거 설비가 가동되는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했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열악한 환경과 다양한 변화에서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독일이 원자력 발전소를 버릴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력이다. 우리나라보다 일조량이 더 부족한 나라인데도, 태양광 집열판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했고 약 11퍼센트가 넘는 전기를 태양광으로 생산하고 있다.
같은 태양이라도 나라의 위도와 적도에 따라 일조량이 다르고, 같은 위도상에 존재해도 다른 날씨와 기후를 가진다. 같은 대륙에 속해 있어도 다른 지형을 보인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언급되는 태양열, 바람, 물은 모두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이고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독일 음식점에서 요리 한 가지를 시키면 1인분도 아주 많다. 한 번은 소시지를 다 먹지 못하고 남겼는데, 독일인 친구가 나를 낭비한다며 나무랐다. 전쟁을 겪은 조부모 세대부터 학습된 절약 정신은, 독일인에게서 일반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세 명 이상 모이지 않으면 성냥불이 아까워 담배도 태우지 않았다는 독일인들의 절약 정신이 아니었다면 독일은 원자력 발전소를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먼저 독일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것은 이런 절약 정신이 아닐까?

반응형